기상 이변에 몽골 땅 65% 사막화…인구 20%는 ‘환경난민’으로

쓰레기를 가득 담은 트럭이 땅에 쓰레기를 잔뜩 버리고 가자 행색이 남루한 몽골인들이 몰려들었다. 쇠붙이나 재활용 가능한 물건들을 골라내기 위해서였다. 부대자루에 이것저것 돈이 될 만한 물건들을 담던 한 몽골인은 울란바토르에 와서 처음엔 건설현장에서 일했는데 몸을 다친 뒤부터 일을 못하게 됐다이제는 쓰레기장에 나오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122일과 27일 찾아간 몽골 울란바토르 인근 울란촐로트의 쓰레기 적치장은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해 많은 유목민이 환경난민으로 전락한 몽골의 실상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현장이었다. 사방이 온갖 쓰레기로 뒤덮인 곳에서 몽골 빈민들은 쓰레기를 실은 트럭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트럭이 쓰레기를 내려놓으면 하나라도 더 돈 될 만한 쓰레기를 건지려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었다. 초원을 누비며 여유롭게 살던 유목민들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기도 했다.

유목민들이 넝마주이로 전락한 이유는 몽골이 지구 전체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기후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 기온이 오르고, 눈이 오지 않게 되면서 가축들이 떼로 죽어나가는 일이 빈발하게 된 것은 유목민들이 환경난민으로 전락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겨울에 내려 쌓인 뒤 봄철에 녹아 땅을 적시고, 가축들의 먹이인 식물을 키우는 역할을 했던 눈의 양이 크게 줄어든 것 자체가 재앙이었던 것이다.

지난해 11월 현지에서 만난 몽골 전문가들 가운데는 올겨울에도 눈이 안 와서 큰일이라며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실제 예년 같으면 눈이 덮여있어야 할 몽골의 초원과 삼림은 모두 강한 바람에 노출된 상태였고, 어디서나 모래먼지가 날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사실 몽골의 눈은 한국인들에게도 고마운 존재다. 모래먼지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 황사 발생을 차단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몽골의 강설량 감소가 한국 기상청이 꼽는 황사 발원 원인 중 하나인 것을 감안하면 몽골의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는 것은 한국인들의 미세먼지 재앙과도 관련이 있다. 울란바토르에 축적된 오염물질이 그대로 한국에 날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갈수록 황사가 늘어나는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볼 수만은 없다.

특히 2008년 몽골 전역을 덮친 조드는 다수의 환경난민을 만들어낸 원인이 되었다. 조드란 몽골어로 재앙이라는 뜻인데 기상 이변으로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것을 말한다. 조드는 가뭄으로 가축들이 물을 먹지 못해 일어나는 검은 조드, 눈이 지나치게 많이 와서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하얀 조드 등으로 나뉘는데 2008년 몽골을 덮친 하얀 조드는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돼 있다. 과거의 조드는 국지적으로 발생했지만 이때의 조드는 몽골 대부분 지역을 덮쳤고, 많은 몽골인들이 조드가 곧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재앙이라는 점을 실감하게 했다.

몽골 정부와 NGO 푸른아시아에 따르면 이때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가축을 모두 잃고 빈민이 된 유목민들이 고향을 떠나 도시, 특히 수도 울란바토르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울란바토르 외곽의 낮은 산지에 게르(몽골의 전통 텐트)촌을 형성하기 시작했으며 몽골 정부는 최근 30년 사이 유목민 60만명이 울란바토르에 도시 빈민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 현재 울란바토르 인구는 몽골 전체 인구 310만명의 약 45% 정도인 140만명가량으로 당초 50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계획도시로 만들어진 도시의 용량을 크게 초과한 상태다. 게다가 140만명은 주민등록상의 인구로, 주소를 옮기지 않고 울란바토르에 사는 이들도 약 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인구의 절반이 울란바토르에 몰려 살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게르촌에 거주하는 극빈층으로 추정된다. 2017년 현재 게르촌에 거주하는 가구 수를 몽골 정부는 약 22만가구로 추산하고 있다.

울란바토르 주변의 환경난민들은 사실 울란바토르 대기오염의 주범이기도 하다. 중앙난방의 혜택을 받지 못한 게르촌의 빈민들이 원탄이나 나무 등을 난방 연료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울란바토르에는 사회주의 시절부터 중앙난방시스템이 설치돼 있었지만 게르촌까지는 파이프가 연결돼 있지 않다. 원탄은 채굴 뒤 가공하지 않은 석탄으로 보통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무연탄 등에 비해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몽골 환경관광부 채필 대기오염감축 정책담당간사에 따르면 울란바토르에서는 연간 590t의 원탄이 사용되고 있다. 게다가 원탄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이들이 사용하는 연료이고, 더 어려운 가정에선 각종 쓰레기나 타이어를 태우는 경우도 많다.

몽골 정부는 울란바토르 대기오염에서 가정의 난방과 취사를 위한 연료 연소가 80%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차량이 10%, 화력발전소가 6%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울란바토르가 극심한 대기오염을 겪는 시기는 대체로 11월에서 4월 사이이다. 겨울에만 대기오염이 심하고 5월에서 10월 사이 봄여름가을에는 오염물질 농도가 크게 낮아지는 것이다. 울란바토르의 지형이 산들에 둘러싸인 분지이고, 기후변화로 인해 풍속이 약해진 것도 대기오염을 점점 더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 겨울철 항공편으로 울란바토르에 도착한 이들은 공항 밖으로 나가는 순간 매캐한 공기에 놀라게 된다. 지난 11월 방문했을 당시 외곽의 산지에서 바라본 울란바토르는 매연이 거대한 띠를 이뤄 도시를 뒤덮은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당시 미세먼지 농도는 상시적으로 100~200/를 기록했고, 걸핏하면 300~400/의 수치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최악이라고 부르는 수치가 몽골에선 겨울철 일상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몽골인들은 선진국들로 인해 일어난 기후변화로 환경난민이 되고, 대기오염까지 심각해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특히 몽골은 저개발국인 탓에 과거부터 배출해온 이산화탄소의 양은 적으면서도 기후변화 정도는 가장 심각한 나라이기도 하다. 대부분 지역이 해발 1000~1500m 이상인 몽골은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로 인한 기온 상승폭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 몽골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쯤 몽골 평균기온은 1940년대에 비해 2.1도가량 상승했고, 최근 몽골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이 폭은 약 2.7도로 커졌다. 유엔은 2100년까지의 지구 전체 평균기온의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1.5도 또는 2도로 제한하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몽골 사막화방지연구소에 따르면 몽골 전체의 76.9%에서 사막화, 토지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다. 사막화가 진행되는 곳은 전 국토의 64.7%, 토지 황폐화가 진행되는 곳은 12.2%이다. 특히 몽골 정부 어윤사나 산림국장에 따르면 국토 전체의 9%를 차지하며 허파 구실을 했던 삼림지대 역시 지난해 현재 7.85% 정도로 급감한 상태다. 이 삼림지역들은 몽골에서는 드문 곡창지대들이 위치한 곳으로 이들 지역이 황폐화, 사막화되는 것은 몽골의 식량 수급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몽골의 주요 삼림지대인 셀렝게의 경우 숲 내부에서 빠르게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다.

황사 발원지가 몽골 남부의 고비 사막 등 일부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몽골 전역에서 사막화,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모래먼지가 상층으로 떠올라 모래폭풍이 될 수 있는 지역이 늘어나는 것은 곧 황사 증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몽골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몽골 정부는 지난해 원탄 사용을 금지하고, 빈민층에게 무연탄을 보급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게르촌에 중앙난방을 연결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하이브리드차량 등 저탄소 차량에 무관세 혜택을 부여하면서 현재 울란바토르 시내를 주행 중인 차량이 대부분 하이브리드차량으로 바뀐 상태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후변화가 지속되고, 사막화가 진행되는 한 환경난민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고, 대기오염도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푸른아시아 오기출 상임이사는 숲을 만들고,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찾아야 기후변화와 대기오염 양쪽 모두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산화탄소 배출을 통해 몽골의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친 주변 선진국들이 조림사업 등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2019.02.23. 김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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