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문고에 대한 아쉬움 사랑방


강화도에 조선시대에 조성된 강화동종이 있다. 문화재 지정번호 보물 제11-8호이다. 원래 제11(1963)였는데 이 종을 제작했다는 사인 스님이 만든 다른 종들과 함께 묶어 다시 보물로 지정하면서 제11-8(2000)가 되었다. 공식 호칭도 강화동종에서 사인비구 제작 동종-강화동종으로 변경되었다.

그런데 강화동종은 사인 스님이 제작한 것이 아니라 그의 제자인 조신 스님이 만든 종으로 밝혀졌다. 동종 명문에 그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관련 학자들도 이미 논문 등을 통해서 강화동종의 제작자가 조신임을 밝혔다. 그렇다면 사인비구 제작 동종-강화동종이라는 명칭과 보물 제11-8호라는 지정 번호는 잘못된 것이고,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서 국민신문고 홈페이지 국민제안에 강화동종을 원래 이름대로 강화동종으로 호칭하고 지정 번호 역시 보물 제11-8호에서 제11호로 되돌려 달라는 요청의 글을 올렸다. 나름 필자 요청의 근거를 충분히 적었다. 글을 어디로 보낼 것인지 묻기에 문화재청으로 지정했다. 문화재청에서만이 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어떤 답변을 줄지 기대하면서 기다렸다.

신속하게 답변이 오긴 왔는데, 그게 이상했다. 문화재청이 아닌 강화군청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강화군청은 아무런 권한이 없는데 말이다. 문화재청으로 접수된 제안을 일단 해당 지자체로 보내는 구조인 모양이다. 다른 정부기관들도 마찬가지로 일을 처리할 것이다. 필자는 이런 돌고 도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

제한된 인원으로 많은 일을 처리하는 고단함을 짐작하기는 하지만, 아래서부터 단계를 밟아 올라오라는 권위주의 행정으로 느껴져 씁쓸하다. ‘국민신문고의 본질은 이게 아닐 것이다. 국민 제안을 검토해서 지자체를 거칠 필요가 있는 사안만 지자체로 보내고 해당 정부기관에서 처리할 일은 그곳에서 바로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강화군청이 공식적으로 강화동종의 문화재 지정 번호 변경을 요청하면, 문화재청은 그때야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국민 개인의 제안을 사실상 회피하고 지자체의 제안만 수용하겠다는 자세라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강화군청의 답변은 누구나 예상 가능한 것이었다. “문화재 명칭 변경 등은 문화재청 관리사항으로 문화재청과 협의토록 하겠습니다.” 이렇게밖에 답할 수 없다. 조선시대 신문고를 치는 백성에게 임금은, “일단 네 동네 사또와 상의해라라고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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