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소금창고

-경향신문, 2019.02.07. 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

외신은 연일 브렉시트에 관한 소식을 쏟아낸다. 금년 329, 영국은 별일 없이 유럽연합을 탈퇴할 것인가. 또는 아무런 협정도 체결하지 못한 채 이른바 노딜의 파국을 맞을 것인가. 협상시간은 거의 소진되었으나 뚜렷한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원점으로 되돌아가 보자. 도대체 영국은 왜, 유럽연합을 탈퇴하려 했는가? 3가지 이유가 가장 중요해 보인다. 첫째, 지난 수십년 동안 유럽연합은 영국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유럽연합은 양차 세계대전의 아픔을 딛고 유럽 전체에 평화와 번영을 보장하기 위해 창립되었다. 하지만 실제는 어땠는가. 유럽통합이 진행될수록 국가 간의 경제적 격차는 더욱 커졌다. 지역 및 계층 간에도 부의 편중이 외려 심화되었다. 영국 시민들이 분노한 데는 일리가 있다.

둘째, 지난 수년 동안 영국에는 해마다 동구권 출신 이민자들이 밀려들었다. 그들의 값싼 노동력을 환영하는 농장주와 기업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민자들로 인해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발생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었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이민자들도 많았고, 상호 간의 문화적 이질감도 쉽게 넘어서기 어려운 문제였다.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 것은 열악한 경제 상황이었다. 실업률이 계속해서 높았기 때문에, 이민자를 탓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를 기화로 여긴 극우파 정객들은 특히 폴란드 이민자들을 손가락질했다. 그들은 무책임한 이민정책의 최종 책임을 유럽연합 측에 돌렸다. 끝으로, 역사적 경험의 차이에서 비롯된 유럽연합과의 갈등의 골이 컸다는 점이다. 역사가인 나로서는 특히 이 부분을 강조하고 싶다.

20166, 브렉시트에 관해 국민투표를 시행할 때, 당연히 이에 반대할 것으로 기대됐던 집권당 안에서도 찬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우리는 영국의 자치권을 회복하고 싶다고 했다(존 레드우드 의원). 그 당시 다수의 영국인들은 유럽연합을 외부의 억압자로 간주했다.

영국 시민들은 유럽연합을 막강한 중앙집권기구라고 생각한다. 그 체제 아래서 영국은 독립된 주권국가가 아니다. 미합중국의 일개 주나 다름없는 존재이다. 의회주의의 전통이 강한 영국인들로서는, 자국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는 수치심에 시달리게 된다.

유럽연합은 프랑스 및 독일의 정치문화를 계승했다. 역사적으로, 근대 유럽에서는 절대군주가 칙령을 통해 신민을 지배했다. 군주의 명령은 절대적이었고, 의회가 왈가왈부할 권리는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의회가 정치를 좌우했다. 19세기 영국의 헌법학자 앨버트 다이시가 요약한 것처럼, 의회가 군주의 전제권력을 제한한다. 만약 행정부와 시민사회에 분쟁이 일어나면, 일반법정이 해결하는 것이 영국식이다. 영국 사회에서는 행정부가 법률을 임의로 해석할 권리가 전혀 없다.

유럽연합의 운영방식은 다르다. 각종 위원회가 회원국에 행정명령을 시달한다. 영국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절대왕정시대의 유령이 아직 살아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더구나 초국가적 행정기구인 유럽연합의 명령에 관해 영국 법원은 적부를 심판할 권리조차 없다. 이런 현실 때문에 영국은 유럽연합의 처사가 비민주적이라고 본다.

양자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있다. 20세기 초까지도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다. 해퍼드 존 매킨더가 지정학이론에서 언명했듯, 감히 누구도 영국의 이익에 간섭할 수 없었다. 오늘날 런던 금융가를 주도하는 금융 전문가들은 물론, 국제무역에 종사하는 영국의 기업가들은 세계를 지배하던 선조들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이런 그들로서는 유럽연합을 지배하는 나라가 독일이라는 사실이 여간 껄끄럽지 않다.

영국은 독일과 양차대전을 치렀고, 그로 인해 패권을 잃었다. 그런데 패전국 독일이 유럽연합을 호령하고 있는 상황이다. 오랫동안 자치권을 누려온 런던 금융가조차 이제는 독일 정부의 간섭을 받는다. 2016년 국민투표 때 런던 금융가에서도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배경이 그것이다.

브렉시트의 이면을 자세히 알면 알수록 저마다의 역사적 경험이 오늘의 사정을 설명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제를 모르고서 오늘을 논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유럽연합은 영국의 자유권을 제한하였다. 브뤼셀의 유럽연합 측 관료들이 우리더러 이래라저래라 명령하는 것을 우리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영국에 관한 결정은 영국인 스스로 내려야 한다.”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영국 시민들의 주장이 그러했다. 나름 당연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제 앞일은 어떻게 될까.

한 가지는 명백하다. 우리 앞에 펼쳐진 21세기의 황당함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유럽 각국에서는 자국 중심주의가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덴마크가 독일과의 국경선에 철조망을 두르기 시작했다. 가축의 전염병을 차단하려는 조치라고 변명했지만 믿기 어렵다. 모두를 위한 평화와 번영은 과연 언제쯤이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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